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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2smi by poohlee

재 싱 크 : 영 은 공
(http://cineaste.co.kr)

 

'우드먼 국제 보험'

 

어바웃 슈미트

 

해피 정년퇴직!
워렌 슈미트

 

새로운 후임자로서
제가 한 말씀 드리자면...

 

선배님께서 쌓아올린
명성이 워낙 커서

 

발치에 못 미칠까
겁부터 나는군요

 

얼마 전 이곳으로
직장을 옮겼을 때

 

저와 제 아내 패티와...
우리 딸 킴벌리를

 

가족처럼 따뜻이 맞아주셨죠

제 사무실에 자주 놀러오세요
언제든 환영합니다

지난 두 주 동안
의견을 나누긴 했지만

새로 출시할
보험상품도 그렇고...

선배님께 배울 게
너무 많습니다

뭐 아무튼...

워렌을 위해 건배합시다

 

이보게, 워렌

 

풋내기한테 밀려난
기분이 어떤가?

내겐 뭔가 음모처럼 보이는구만

 

난 워렌을 누구보다
오래 알고 지냈소

워렌과 난 초창기 멤버였지

이미 옛일이 됐지만...
우드먼은 우리 덕에 큰 거요

 

워렌의 퇴임이
얼마나 특별한지

새파란 신참들이...

알기나 하겠냔 말이오

저쪽에 쌓인 퇴직 선물들은...

아무 의미도 없어

 

이런 송별파티도
웃기는 거지

 

노후보장연금이
그럴 듯해 보여도

반푼 어치 의미도 없다구

 

워렌의 퇴임이 특별한 이유는...

그의 삶이 의미 있었기 때문이오

그는 최고의 보험회사에서

평생 헌신하며 공을 세우고

 

가족을 성실히 돌보고
이웃들에게 존경 받으며

진실한 우정을 쌓아왔소

 

마침내 한점 후회 없이
일터를 떠나는 워렌은...

진정 명예롭고
훌륭한 퇴직자요

이 자리에 모인
젊은 후배 여러분

 

이 멋진 노장을 잘 봐두시오

 

사랑하네, 친구

 

금방 올게

 

어서오세요

- 보드카 한 잔
- 곧 대령하죠

 

여보세요?

 

안녕, 아가
지금 막 들어왔어

옆에 계셔... 잠깐만

워렌, 전화 받아요
제니예요

 

제니? 어떻게 지내니?

 

멋진 퇴임식이었지

 

그래, 알지만...
한참 바쁠 텐데 올 거 뭐 있어

 

그래, 하지만...
곧 보러 갈 텐데 뭐

 

뭐?

 

예복 받았냐고?

그럼, 아주 좋더구나
뭐 하러 그런 비싼 걸 보냈어

 

랜들과 같이 샀니?
그렇구나

 

너희에게 고맙구나
곧 도착하겠지

 

그러렴

 

알았다

 

그래, 잘 있어라

 

랜들에게 고맙다고 했어요?

 

- 그래
- 랜들이 뭐래요?

 

- 제니한테 말했어
- 직접 안 하고?

 

- 아니
- 왜요?

 

- 안 바꿔주니까
- 왜요?

몰라, 바꾸지 않던 걸

바꿔달라고 안 하니까 그렇죠

사위가 될 건데 잘 해봐요

 

못한 거 없어

성의를 보이라구요
귀한 사윗감인데

 

그래

 

우리 아버지도 첨엔
당신 싫어했어요

 

그랬지

 

어디로 가세요, 선생?

 

차가 필요한 것 같군요

 

그래

 

짜잔!

 

여기서 아침을 먹으면
재미있을 것 같았죠

멋지지 않아요?

 

멋지군

 

재미있지 않아요?

글쎄, 좀 얼떨떨해

 

우리 이제 이걸 타고
실컷 돌아다녀요

 

그래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렸어요

 

...차일드리치가
도움 주실 분들을 찾습니다

 

전세계 수많은
극빈국 아동들에게

 

차일드리치는 꿈과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이들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한 달에 22달러
하루 72센트로...

이 아이들의
후원자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 가족과의
교류도 가능합니다

단돈 22달러면
이 어린 소녀가...

이질로 고통 받는 일은
없을 테죠

학교에서 공부하며
자라날 수 있답니다

 

이제 이들의
불행을 아셨으니

당신은 어쩌시렵니까?

 

동정과 연민은
도움이 안 됩니다

가족과 친구가 필요합니다
후원자가 돼주세요...

 

당신이 기뻐하는 걸 보니
나도 기뻐요

 

그래요

이거 비행기 태우지 마십쇼

 

다들 도와주신 덕분이죠

전 컴퓨터를 사용해요

 

그게 제 모토죠

좋아요, 안녕

 

이게 누구예요
어때요, 파트너?

아주 좋아, 잘 돼가나?

그럭저럭요

- 짐을 다 옮긴 거 같군
- 예..

 

이 누추한 곳엔
어인 행차세요?

 

지나다 들렀어
힘들진 않나 하고

 

아시잖아요, 똥줄 빠지죠

 

더 궁금한 건 없나?

내가 맡고 있던
미성년 생명보험은

진행하기 쉽지 않을 거야

전혀요, 문제 없어요

선배님께서 워낙
잘 다져놓은 덕이죠

 

모든 게 순조로워요

 

그래도... 꽤 까다로운
문제들이 많아서

혼자는 힘에 부칠 거야
나도 꽤나 그랬거든

 

전혀요

일류대 경영학 석사를 믿으세요

 

뭐 아무튼... 혹시
헤매게 되면 SOS 칠게요

그래

 

전 밖에서 미팅이 있어요

같이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실래요?

 

그러지

반가웠어요, 좋아 보여요

 

- 고맙네
- 요즘 운동하세요?

 

왔군요

 

- 회사는 어때요?
- 좋더군, 들르길 잘 했어

헤매고 있길래
내가 조언 좀 했지

 

역시 당신이에요

 

차일드리치

 

후원 안내서

 

당신의 양자에 대한 소식

 

이름: 엔두구, 6세 남아
국적: 탄자니아

 

후원금과 함께 엔두구에게
편지를 써주세요

 

자신을 소개하세요

 

엔두구에게...

 

난 워렌 슈미트란다
너의 새로운 양부지

 

날 소개하라고?
좋아...

 

난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 살고 있고

 

내 형님은 버지니아주
로노크에 산단다

형은 당뇨로 한 쪽
다리를 절단했지

 

난 66세고, 얼마 전
정년퇴직을 했단다

우드먼 보험사의
중역이었는데...

 

그 새파란 놈한테
밀려나고 말았어

 

녀석이 컴퓨터 좀
한다고 까부는데

보험사 일은 개뿔도 모르면서

정평이나 부서관리를 한다고
앉아 있지

개뿔도 모르는 왕재수!

 

어쨌거나... 66세라고 하니까
할아버지 같지?

사실 폭삭 늙었지 뭐

눈가엔 주름이 자글자글

목살은 처지고 귀털은 수북

발목엔 혈관이 비친단다

내가 봐도 추해

 

어렸을 땐 내가
특별한 줄 알았어

남다른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었지

포드나 디즈니
정도는 아니어도

그들쯤 되는
큰 인물이 될 거라 생각했어

 

나도 경영학과
통계학을 공부했고

언젠간 내 기업을
키울 계획이었지

포춘지의 500대
기업인에도 뽑히고

거물이 될 줄 알았는데...

 

어쨌거나...

슈미트 상무이사 진급

뜻대로는 안 됐지만

우드먼에선 고위직에 올랐고

큰일 없이 가정도
건실하게 꾸려왔어

 

아내 헬렌이...

네 얘길 알면 펄쩍 뛸 거야

 

하지만 아내와 딸 얘기도
하는 게 낫겠지?

 

그다지 자랑할 만한 건
없지만...

 

헬렌과 결혼한 지
벌써 42년이나 됐단다

요즘엔 밤마다...
난 깜짝깜짝 놀란단다

이 쭈글탱이 할망군
누군가하고 말이다

 

할망구 하는 짓은
하나같이 짜증나

백 미터 전부터
차 키 꺼내들지

잡동사니 수집에
쌩 돈 처박지

 

멀쩡한 음식, 날짜
지났다고 버리지

또... 먹는 거엔
겁나게 집착해요

 

우리 일요일에
해물 뷔페 먹으러 가요

 

게다가 내 말을
툭툭 끊는 버릇

근데 우리 뒤에 온 사람을
앉히는 거야

- 그 일은...
- 난 그럴 맘이 없었는데...

앉는 꼬락서니하며
퀴퀴한 냄새

 

언제부턴가는...

소변 보는 것까지
잔소리라니깐

커버에 쉬 튄다고
앉아 누라는 거야

열 받아!

 

우리 제니는 달라

 

외동딸인데
널 좋아할 거야

그 앤 외국어나
외국문화를 좋아해

독일어 성적도 좋았지

 

사랑스러운 아이야

 

지금은 멀리
덴버에 살고 있어

 

만나긴 힘들지만
두 주에 한번쯤은 전화하지

휴가 때 오긴 하는데
너무 가끔이야

회사에서 중책을
맡고 있어서

휴가내기도 힘든가봐

 

이제 약혼까지 했으니
더 보기 힘들겠지

 

약혼자는 랜들 허첼이란다

 

물침대 영업사원이라나

 

마약하는 놈팽인 아니지만
그래도...

울 아기한텐 너무
처지는 놈이란다

 

이제 그만 써야겠구나

쓸데없이 말이 많았지?

 

후원금 보냈으니 맛 있는 거
사먹고... 잘 지내거라

 

행운이 함께 하길 빌겠다
너의 진실한 워렌 슈미트

 

여보?

 

편지 부치는 길에
뭐 좀 사올까?

아뇨, 바로 돌아와요

 

뭘 드릴까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블리자드

 

- 어떤 맛이오?
- 뭘로 할까...

리스 피스하고
쿠키 도우

- 사이즈는요?
- 보통으로 주시오

보통으로... 알겠습니다

 

헬렌?

 

여보!

 

왜 이래?
헬렌...

 

일어나봐, 여보...

 

오, 헬렌...

 

오, 하나님

 

우선 장례 비용부터
상의하도록 하죠

옵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거든요

 

시신을 염하고
메이크업하는데

총 천 5백 5십 달러가 들고

 

장례식장, 장비대여
기타 부가비 포함

장례비 비용이
천 5백 달러예요

관 값까지 합치면
약 2천 7백...

차량 및 인건비가
4백 3십 정도 들죠

질문 있으세요?

 

내가 운전하면?

지금은 몹시 화가 날 겁니다

주님께선 다 이해하세요
말씀드리다시피...

9년 전...

 

괜찮아, 자기?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린 모두 하나님
품으로 돌아갑니다...

 

정말 유감이에요
훌륭한 분이었는데

다정하고 따뜻하고
최고였죠

그래요...

기도하겠네, 워렌

필요한 게 있음
연락하게, 알았나?

- 알았네
- 그래

- 좋아질 거야
- 그래

 

- 아직도 믿기질 않아
- 알아, 레이

헬렌은 아직...

 

아직 창창한데

 

아직 너무...

알아, 레이

고마워
자넨 좋은 친구야

 

몸조리 잘 하게

자네도, 고마워...
또 보세

 

다들 음식을 가져와서

 

고맙긴 한데...

 

처치곤란이군

 

아빠...

 

안다, 제니야

 

장모님은 특별한 분이셨어요

 

그리울 거예요
벌써 그리워요

 

다들 그렇겠죠

 

장모님께 건배해요

 

장모님을 위하여

불쌍한 장모님...

 

장모님, 사랑해요
그리울 거예요

언제까지나

 

그녀는 떠났네

 

기분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 괜찮네
- 그래요?

 

그럼

 

많이 힘드실 거예요

 

우리 숙모 죽었을 땐

 

실감이 안 났죠
독립기념일이라...

 

잊혀지질 않아요

 

저기요...
때가 좋지 않은 줄 알지만

슬픔은 잠시 잊고
시간 좀 내주세요

 

진짜 중요한 얘기가
있걸랑요

 

뭔데?

 

확실한 투자 건수가 있어요

정말 끝내줘요
돈벼락 맞는 사업이에요

 

이건 피라미드
판매랑은 달라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건 아녜요

돈 놓고 돈 먹기죠
몇 배로 불릴 수 있어요

 

전 평생 물침대나
팔진 않을 거예요

저도 야심이 있어요

 

이런 얘기할 기회가
그 동안 없었죠

 

하지만 좋은 사업이 생겼어요

 

세미나도 참석했고
테이프로도 많이 들었어요

 

- 마요네즈, 겨자?
- 둘 다

토스트는 너무 바싹
태우지 마라

 

바비큐맛 감자칩도 좀 다오

밍밍한 감자칩은
엄마 것이고

그게 내 거야

 

여기 놔둬봤자
쓰레기만 될 테니

먹고 싶음 가져가거라

 

- 넌 좋아할 거야
- 그러죠

 

얼굴 보니 좋구나

 

며칠 더 있다 가면 좋을 텐데
안 되겠니?

 

회사에다 사정하면
봐줄 거야

 

이제 누가 날 돌봐주겠니?

 

샌드위치 드세요

 

정말 맛있겠다

 

아빠, 이젠 혼자 사는 데
익숙해지셔야죠

안다, 알아

 

가정부를 구하든지

 

가정부? 싫다, 난 괜찮아
월급 줄 돈도 없고

 

좀 안정될 때까지
몇 주만이라도요

 

네가 이렇게
도와주고 있잖니

 

아시잖아요

계속 이럴 순 없어요
저도 일이 많아요

 

직장도 문제지만
결혼 준비도 해야죠

 

시간이 없다구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결혼을 연기하면 어떠냐?

 

연기해요?
그건 말도 안 되죠

내 말은 이런 기회에
한 번 더...

잘 생각해보란 거야

 

벌써 초대장까지
다 돌린 걸요

이해할 거야

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걸

엄만 결혼하길
바라실 거예요

 

실은 엄마랑...

너희 결혼 문제로
많은 얘길 나눴어

 

엄마가 뭐랬죠?

그야 네가
행복하기만 바랬지

 

랜들하고의
결혼을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어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보렴

 

결혼 날짜 잡은 건 엄마예요

 

우린 거의 매일
통화하면서...

같이 준비했단 말이에요

 

이해가 안 가요!

엄만 전적으로...

알았다, 알았어
맘대로 하렴

내가 뭘 알겠니

 

맛있구나

 

아빠...

 

왜 싸구려 관을 맞추셨죠?

 

뭐?

 

싸구려 티가 확 나서
낯뜨거웠어요

 

그건 절대 그렇지 않아

싸구려로 하자고
주문한 적 없다

 

그보다 덜 비싼 관도 있었어

 

소나무 궤짝 말이에요?

 

뭐 였는진 기억 안 나

 

평생 아빠 시중만 든 분한테

 

그렇게 짜게
구실 수 있어요?

바깥의 위네바고를
보고도 그러니?

난 저 비싼 것도
사준 사람이야

순전히 엄마가
원해서 사줬어

차 값은 반반씩
냈다면서요

엄만 주식까지
팔았다더군요

그건 엄마 뜻이었어

경차 살 돈이라면
기꺼이 대줬지

근데 '어드벤처러'를
꼭 사야겠다잖아

돈을 보탠다는데
못 사게 말려?

엄마 고집을 누가 말리냐

 

못 말리지

 

제니!

 

나 여깄어

 

- 어디?
- 여기야, 여기!

 

거기 있었구나
짐 꾸릴 시간이야

 

아빠한테 책 얘기했어?

맞아, 깜빡 했네

'불행 극복법'
읽어 봤어요?

 

- 아니
- 아주 좋아요

숙모가 죽었을 때
도움 많이 됐죠

읽어 보세요

 

덴버에 도착하면
책 보낼게요

실전문제도 있는데
전부 풀어보세요

덴버 행 미드웨스트
항공 승객께서는...

 

잘 가게, 랜들

 

건강하세요, 도착하면
전화 한 번 드릴게요

고맙네

 

제니...

 

건강하세요, 아빠

 

방금 그림 좋았어요

정말 멋졌어
잘 나오겠어

 

배경에 비행기도 들어갔어

 

- 안녕, 아빠
- 잘 가라, 제니

결혼식 때 봐요

 

그래

안녕히 계세요
잘 지내시구요

 

엔두구에게...

 

잘 지내고 있길 바란다

 

내겐 나쁜 소식이 있단다

 

지난 번에도 썼지만...

 

내 아내이자
너의 양모 헬렌이...

 

뇌졸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단다

 

장례식은 훌륭하게
잘 치렀지

 

제니도 남자친구와
덴버에서 오고

 

멀리서 친척들도
찾아와줬단다

무척 감동적이었어

 

너도 봤어야 하는데

 

이젠 북적대던
손님들도 떠나고...

 

이 크고 낡은 집에
혼자 남았구나

 

지난 편지에도 썼지만
난 우드먼 회사의

보험 수리사였단다

 

나이, 인종, 직업
거주지...

결혼 여부, 병력만 알면

남은 수명을 바로
계산해 낼 수 있지

 

내 경우 이제
아내가 죽었으니

9년 안에 죽을
확률이 73퍼센트란다

재혼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난 남은 인생 동안
최선을 다할 거야

 

인생은 너무 짧아

잠시도 허비하고
싶지 않구나

 

2주 후

 

목욕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

누구랑 하느냐에 달렸지

 

사랑해

 

나도 사랑해

 

농담이 아니라...

 

헬렌 없는 삶은
엄청난 도전이지만

잘 꾸려나가고 있단다

헬렌이 있을 때나
별 차이 없지

 

가끔 건망증 때문에
식사를 거르긴 하지만

네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겠지

 

평생 비탄에 잠겨 있는 건

헬렌도 바라지 않을 거야

 

그래서 평소처럼
외출도 자주 하며

생기있게 살려고
노력한단다

큰 변화를 겪은
인생에선 중요하지

 

난 헬렌만큼 요릴
잘 못하지만...

 

총각시절 써먹던
방법이 있지

 

이 큰집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간편한 아파트로
옮길까도 했지만

 

아직은 잘 견디고 있단다

 

지난 번 편지에...

죽은 아내에 대해
심한 소릴 했는데

 

퇴직 스트레스 때문에
그랬던 거란다

 

거짓말이 아냐

 

요 몇 주는 힘들었어

시도 때도 없이...

 

울음이 터지곤 했지

 

아내가 그리워

 

헬렌이 보고 싶어

 

헬렌과 결혼한 게
행운이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단다

 

꼭 명심하렴

네가 지금 가진 걸

늘 감사해야 해

 

내 사랑 헬렌에게

 

의류 재활용 센터

 

'이발소'

 

깜짝 놀랐잖아
여긴 웬일이야?

 

이걸 돌려주려고!

 

세상에

 

까마득한 옛날 일이야
30년도 지난 일이라구

내 말은... 맙소사

 

그녀가 설마...
계속 간직할 줄 몰랐어

 

그만해! 그만 때려!

 

말로 하자구!

 

네가 친구야?!

전부 내 실수였어

자네가 프리스코에 출장갔을 때
잠시 이성을 잃었었어

 

미안해!

 

문독전자입니다
교환번호를...

 

배송담당 제닙니다

제니? 아빠다
잘 있었니?

지금 바쁜데 웬일이세요?

놀래줄 게 있단다

- 맞춰보렴
- 뭔데요?

 

나 지금 도로에 있다
너한테 가는 중이야

 

여긴 그랜드 섬 외곽이란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얘야...

 

요즘들어 네 생각 많이 했다

그 동안 우린 너무
소원하게 지냈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지

딸과 멀리 떨어져
이 무슨 청승인가

이제 우리 같이 살자

저기... 지금 오는 중이에요?

곧장 가면
저녁 때쯤 도착할 거다

 

이건 좋은
생각이 아니에요

왜 아냐

이 아빠가 결혼
준비를 도와줄게

네 짐을 덜어주마

아뇨, 로버타와
질이 도와줘서

어려운 거 없어요

버블랩으로 싸
너무 커

 

생각은 고맙지만
원래대로 해요

계획대로 결혼식
전날 오세요

 

내 수표가 더는
필요 없나 보구나

아빠! 저 지금
업무 시간이에요

집에 가서 전화하세요

 

- 좋아... 안녕, 제니
- 안녕, 아빠

 

엔두구야, 잘 지내니?

난 잘 있단다

 

일주일 전쯤 난
여행을 시작했어

 

제니는 빨리 와서
도와달라고 했지만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한동안 못 가본 델
가보기로 했단다

평생 별별 일을
다 겪고 살았는데

대부분 기억조차
안 나지 뭐냐

 

지나가 버린 내 인생의
한 부분인데...

 

그래서 옛 추억을
더듬어 보고 싶었지

 

먼저 네브라스카주
홀드리지에 들렀어

 

67년 전, 내가 태어난 집에
가보고 싶었거든

 

네 나이만 할 때
이사를 한 후로

 

늘 그 집이 어떻게
됐을까 궁금했어

우습게도 주소도 안 잊었어

로커스가 12번지

그래
로커스가 12번지

 

뭘 도와드릴까요?

 

그냥 보는 거요
난 여기 살았었소

 

이 가게에서요?

우리 집이 바로
이 터에 있었지

 

원래...

 

침실은 이쯤에 있었고

 

거실은 이쪽, 식당은...
오래 전 일이었죠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이죠

 

워렌!

 

엄마

 

엄만 널 사랑해, 아무렴

 

생일 축하해, 워렌!

 

아마 못 믿겠지만

 

저 앞에 타이어 그네도 있었다오

 

이렇게 싹 변해버리다니

 

그래도 고향에 오니 좋더구나

아주 좋았어

 

다음은 캔사스주
로렌스에 갔지

모교인 캔사스 대학이 있는 곳

정말 수십 년만에
찾아온 거란다

 

써클 후배들도
만날 수 있었어

'베타 시그마 엡실론' 클럽

난 우드먼에
당당히 입사했지

 

워렌 슈미트

 

너도 대학 가거든
써클에 들도록 해라

추억 여행을 끝내고
관광을 시작했지

 

커스터 카운티의
역사 박물관에서

화살촉을 감상했고

 

그 날 오후 진짜
인디언을 만났단다

요즘엔 미 원주민이라고들 하지

그와 얘길 나누며
많은 걸 배웠단다

이들은 정말 가혹하게 당했어

다음엔 '버팔로 빌'
생가에 들렀단다

 

그는 대단한 무법자였어

동봉한 팜플렛을
읽어보렴

 

운전하다 지치면
차를 세워놓고

시골길을 걷거나
상점구경을 했지

 

저번엔 코자드의
골동품점에서

'허멜'의 진품을
발견했지 뭐냐

 

전엔 그런 것에
취미가 없었는데

그 아름다움을
새삼 알게 됐어

 

헬렌은 허멜을 좋아했지

 

아호이!

 

네?

 

'아호이'요

당신이 '아호이'군요

- 존 러스크예요
- 워렌 슈미트요

실례인 건 알지만
차가 확 튀는군요

- 새 차니까
- 35피트 맞죠?

 

그렇소

정말 멋져요

나도 꽤 만족하오

 

- 승선의 영광을...
- 뭐요?

 

- 타봐도 될까요?
- 그러시오

감사합니다

세상에나!

이 널직한 공간

 

인테리어도 최고급이군요

 

깨끗하게 관리 잘 하셨네요

겨우 일주일 탔으니까

- 설마, 처녀운전이세요?
- 그래요

- 나홀로 여행?
- 그렇소

이런, 그럼 저녁 같이 합시다
마누라 요리가 끝내줘요

 

당신이 괜찮다면 말이죠

 

스케줄 봐서요

 

아호이 있어요?

아호이!

 

어서 오세요

 

- 비키 러스크예요
- 워렌 슈미트요

존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뭘 이런 걸 다

 

- 냄새가 죽이네요
- 소고기 스튜 드세요?

 

정말 와줬군요

 

안녕하쇼?

- 그럼요, 재킷 이리 줘요
- 그러죠

 

- 뭐가 타나요?
- 예?

아니에요
성냥을 좀 켰더니

 

우리 거실로 가실까요?

- 아직 멀었어?
- 다 돼가요

 

워렌이 맥주를 주셨어요

고마워요, 워렌

- 앉으세요
- 네

- 거기 앉아요
- 네

 

무슨 일을 하시오?

 

형과 조그만 신발가게를 하죠

그게 꽤 사업이 잘 돼요

누구나 신발을 신으니까

 

비키는 직업 상담의죠

그게 우리 밥벌이에요

당신은요?

보험회사 다니다가
지금은 은퇴했소

 

여러분, 저녁 다 됐어요

우린 이 부부를
캔사스에서 만났죠

 

목발을 짚고 다니던
이 친구 기억나요?

좋은 사람들이라
함께 잘 지냈어요

이 사진은 로저와 드니즈
그리고 딸들이에요

드니즈가 큰 딸?

둘째예요, 델러웨어에 살죠

요 애들은 케이트와 슬로안

'슬로안'이란 여자 이름은
처음 들어요

 

우리도 못 들어봤죠

 

혹시 따님 사진 있으세요?

 

아뇨, 안 갖고 왔어요

지갑에도 없어요?

글쎄요... 조지 워싱턴은
있을 거요

 

아님 아브라함 링컨이나...

누구요?

 

오, 이런...
맥주가 부족하군요

 

한 팩 더 사올까 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 좋아요
- 그래요

 

링컨 양반
쌩 갔다 오리다

- 나쁘진 않았죠?
- 좋았어요

누구요?

 

이 작은 수레는
크리스마스를 위한 건데

- 넘 귀엽죠?
- 정말 예쁘군요

요 앙증 맞은 드레스 좀 봐요

 

멋진 가족을 가졌군요

 

- 두 분은 참 운이 좋소
- 정말 그래요

 

워렌...

관상을 좀 봐도 될까요?

 

그럼요

 

겉보기엔 표정이
무척 밝으세요

알아요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전 관상을 잘 보는 편인데

 

당신에게서 받은 인상은...

 

밝고 긍정적인 모습 뒤에
다른 모습이 있어요

 

슬픔이 느껴져요

 

글쎄요... 아내를 잃었으니
당연한 거죠

 

그런 슬픔 이상의

상실감 보다 더 깊은 뭔가가

- 느껴져요
- 그게 뭐 같소?

 

잘은 몰라도...

 

분노 같아요

그래요, 분노...
아니면 두려움

 

외로움이거나...

 

사실 좀 외롭소

 

그럴 줄 알았어요

 

- 이거 알아요?
- 말해봐요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42년을 같이 산
내 아내보다도

 

나를 더 잘 아는구려

 

42년의 세월...

 

당신을 더 일찍
만났더라면...

 

불쌍한 사람

 

정말 불쌍한 사람

 

가여워라

 

저리 가요, 미쳤군요!

무슨 짓을 한지 알아요?

 

이상한 짓 말고
당장 꺼져요

 

- 미안하오
- 가버려요!

- 정말 미안하오
- 듣기 싫어요!

- 난 그럴 뜻이...
- 가버려!

 

재킷 좀 주겠소?

 

나가요!

 

레이?... 나야

 

우리가 서먹해진 건 알지만
꼭 할 얘기가 있다네

 

여행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

 

그게...

 

이젠 다 지난 일이고 하니까

다 터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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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날 정말 어떻게 생각했어?

 

진심으로...

 

내가 당신이
원하던 남자였어?

 

그랬어?

내게 실망해서
그랬던 거야?

 

레이 일은 용서할게

 

용서할게

벌써 오래 전 일인 데다...

 

나도 항상 잘난
남편은 아녔고

 

당신을 실망시켰지

 

미안해

 

용서해 주겠어?

 

용서해 줄 거지?

 

그러니까, 엔두구야

여행은 아주 유익했단다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어

새로운 사람처럼 말이다

처음 순간을 맞은 것처럼
아주 맑아졌지

 

내가 원하던 것과 할 일도 깨달았어
이젠 주저하지 않아

 

여행을 하는 동안...

 

정해진 후원금 외에
용돈을 조금 더 넣었단다

너의 진실한
워렌 슈미트

 

워렌,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

- 실례가 많군요
- 괜찮아요, 사실 기뻤어요

마침내 이곳에 오다니

이번 여행이 좋은
약이 된 것 같군요

 

조문카드 보낸 거 받았어요?

 

그럼요, 예쁜 카드였죠
고마워요

가봤어야 하는데
헬렌 일은 유감이에요

그녀와는 전화로
대화를 많이 했죠

훌륭한 여성이었고
훌륭한 사람이었어요

 

고마워요

 

마실 거 드릴까?
칵테일 괜찮죠?

아뇨, 됐어요
애들이나 기다리겠소

난 맨하탄 마실 건데

 

까짓 거... 나도 한잔 줘요

 

좀 살 것 같네

 

그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지냈어요

 

헬렌은 용케 잘 죽었죠

내 말은 타이밍을
잘 맞췄단 거예요

꽃, 드레스

초대장, 비행기
숙소 예약

들러리, 예복...
끝이 없어요

하객이 누가 올 지
파악도 안 됐죠

 

미치고 팔짝 뛰겠어요

 

어쨌거나 교회 대관료도
아직 못 냈는데

제니가 말 안 해요?
좀 급하거든요

문제가 됐었거든요

 

로버타

 

- 로버타
- 왜 불러?

이 빌어먹을 게
완전히 망가졌나봐

실례할게요

 

뭐야, 나 바쁜 거 안 보여?

그래서 도와주러 온 거잖아

전혀 도움 안 돼
일만 저지르잖아

 

내가 고칠게
방법만 일러줘

 

제길, 앓느니 죽지

 

내가 할 테니까
나가 놀아!

뭔 말을 해줘야
도울 거 아냐!

말귀 안 뚫렸어?
나가!

 

죄송해요

- 래리는 아시죠?
- 인사만 했었죠

 

아직 애라니깐요

이혼한 후에도
내 관심 끌려고

애처럼 일을 저질러요

이해는 하죠, 그래요

그에게 미안함은 느껴요

첫 남편도 똑같았어요

쓸모 없는 인간이었죠

 

그래도 랜들은
여자 대하는 것쯤은 알아요

그 앤 특별하죠
안 그래요?

 

글쎄 뭐...

 

제니가 푹 빠졌더군요

 

좋은 현상이죠

 

내가 자궁수술 받을 때

랜들이 내 곁을 지켜줬어요
한 순간도 떠나지 않았죠

다섯 살까지 젖을
물리는 걸 보고

사람들이 흉보길래
두고 보라고 했죠

우리 앤 센스있고
헌신적으로 자랐어요

 

꽤 멋있다고 생각해 왔죠

 

안 그래요?

 

애들 왔네요

 

아버님, 어떠세요?

 

아주 좋아

드디어 오셨군요
정말 기뻐요

 

- 안녕, 아빠
- 안녕

 

참, 여행 어땠어요?
걱정했다구요

아주 좋았다

근데 여기 오후엔 길이
엄청 막히더라

기껏 우회했더니
더 막히는 거야

 

공사 중이었나봐
사고가 났거나

흔한 일이죠

제 껴들기 실력을
봐야 하는데

다음엔 25번
국도로 빠져보세요

거기서 곧장 가면 게일로드예요

- 알려줘서 고맙군
- 부엌으로 날라

 

제니, 얘기 좀 하자

 

좋아요, 급한 건 아니죠?

너랑 단 둘이 얘기하고 싶어

알았어요, 식사 후에 봐요

 

그런데 랜들...

 

투자 건은
어떻게 돼가나?

내게 말이 없더구나

 

- 말도 마세요
- 피라밋 판매요?

 

아니라니깐

 

아무튼 난 8백 달러 날렸어

 

조금만 참았으면
몇 배로 벌었어

- 너무 일찍 뺐다구
- 딴 얘기 좀 하자

 

넌 물건도 제대로
팔지 못했잖아

 

애초에 사업
마인드가 부족했어

사업원칙이나 경영마인드...

 

신랑 애비로서
사돈을 환영해요

래리, 나서지 좀 마
연설은 아껴뒀다

- 결혼식 때 하라구
- 나도 말 좀 하자

우리 밥 좀 먹자

자긴 밥 먹어

난 할 말 해야겠어

 

우리가 처음으로
마치 한 가족처럼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앉은 마당에

 

저와 손드라는
먼길을 찾아오신

워렌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워렌

 

우린 제니를
정말 사랑합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몰라요

더 이상 낯 뜨겁게
하지 말고 밥 먹어

- 놔둬요
- 손드라, 제발

얘긴 다 했어
방해 해봤자야

 

왜 이 멋진 밤을
망쳐놓는 거지?

왜 늘 그렇게 부정적이야?

 

부정적인 적 없어
자기나 잘 하셔

"부정적인 적 없어"
이건 부정 아냐?

난 그저 손님을
환영하고 싶었어

환영해줘서 겁나게
고마우니까

그만 입 닥치고
젖이나 더 먹어!

- 좀 쉬세요
- 알았어요, 당신도요

- 내일 봐요
- 내일 보자꾸나

- 워렌
- 래리

- 만나서 반가웠소
- 저도 반가웠어요

저도 반가웠어요

안녕

 

- 제니, 얘기 좀 하자
- 아, 맞아요

담에 하면 안 돼요?
너무 피곤한데

지금 해야 돼

 

천천히 와
시동 걸어 놓을게

- 좋은 밤 되세요, 워렌
- 자네도

 

무슨 얘기죠?

 

넌 큰 실수하는 거야
결혼하지 마

 

무슨 말씀이에요?

지난 밤 꿈을 꿨어
아주 생생했지

엄마랑 너, 에스텔
고모도 보이더군

그리고 우주선 같기도 한...

둥근 물체에서

괴물들이 나오더니
널 납치하려 했어

그 괴물들 얼굴이
랜들과 똑같더라구

난 널 구하려고
펄쩍 뛰어올라...

아빠, 됐어요

 

심통을 받아주던
엄마가 없으니까...

그런 게 아냐, 제발
랜들은 안 돼!

 

마약은 안 하지만
너하곤 안 맞아

네가 어떤 딸인데
난 허락 못해!

사람들 수준을 보란 말이야!

 

언제부터 제 일에
관심을 가졌죠?

 

이제 와서 웬 간섭이에요?

 

잘 들으세요

 

전 모레 결혼할 거예요

아빤 식장에 점잖게 앉아서
결혼식을 빛내주시든가

그게 아니면 당장
오마하로 돌아가세요

 

돌아오지 못해!

얘기 안 끝났어!

 

덴버 청소년 축구단

 

전자기술학교
2주 과정 개근상

 

굿모닝, 잠꾸러기

 

- 워렌, 무슨 일이에요?
- 별일 아니오

 

그냥 목이 좀
뻣뻣해서... 난 괜찮소

침대서 떨어졌나요?
부축해 줄게요

바닥이 더 좋아요

 

모르겠군요, 하필 오늘
이러는 거 수상해요

미안, 제니

약 먹었으니 두 시간 정도면
가라앉겠지

 

안 그래도 다들
결혼 준비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폭발 일보직전인데

이제 아빠까지
속 썩이는군요

 

침대 때문이야

 

그럴 리가요

 

이건 최고급 물침대라구요

침대 탓 마세요

어쨌든 내 체질엔 안 맞아

 

좋아요, 어쩔 수 없죠

 

- 제가 준 영수증 어딨어요?
- 영수증?

인쇄물 찾아오라고
드렸잖아요

- 저기 있어
- 어디요?

내 재킷 주머니

 

좋아요...
자기가 좀 수고해 줘

무슨 소리야?
난 바쁘단 말이야...

 

나도 못 가, 누군
안 바쁜 줄 알아?

나도 시간 없어!

 

알아

 

- 제니
- 보기 싫어!

 

내가 찾겠어

고맙군요, 아빠

- 제니
- 못 살아!

 

- 배 안 고파요?
- 식욕이 솟는군요

- 닭고기 수프?
- 좋아요

 

변기 사용했어요?

 

 

당신 공포증 얘기
제니한테 들었어요

 

이해해요
자연스런 반응이죠

처음엔 나도
반대 많이 했어요

두 번의 결혼 실패로
의심이 많아졌죠

근데 우리 애들은
믿음이 가요

정신, 감정, 육체
모든 면에서

아주 건강한 관계죠

 

게다가...

 

둘이 사이 좋은 건
다들 아는 거고

 

속궁합이 찰떡인
것까진 모르셨죠?

 

내가 실패한 건
섹스 때문였어요

난 무지 밝히는
타입이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좀 유별났어요

여섯 살 때
첫 오르가즘을 느꼈죠

 

아무튼 난 아주
쉽게 달아올라요

제니랑 난 그런
점이 닮았어요

전 남편들은
맘씨는 좋았지만

스테미너가 한참 딸렸죠

어쨌든

설사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긴대도

잠자리에서 깨끗이
해결될 거예요

더 드려요?

 

아뇨, 입맛이 없어졌소

 

좀 어때요?

 

견딜만 해요
약을 더 먹었죠

더 강한 게 필요할 것 같군요
기다려 봐요

 

자궁수술 받고 먹던 건데

좀 오래됐지만
괜찮을 거예요

 

무슨 약이오?

강력 진통젠데
반 시간이면 짹이죠

 

좋아요, 여기로 걸어와서

신랑과 신부는 내 앞에 서요

들러리들은 바로
뒤따라오면 된단다

너무 바싹 붙어서지는 말고

둘이 움직일 공간을 줘야죠

신부 아버님은
맨 앞에 앉으세요

아셨죠?

 

슈미트 씨?

 

슈미트 씨?

 

앞줄로 가서
앉아주시겠어요?

 

한 마디 하고 싶군요

 

난 부모님께
사랑을 배웠죠

두 분은 63년을
함께 사셨어요

지금 내 곁에
두 분이 와계세요

 

느낄 수 있어요

 

안녕, 엄마

안녕, 아빠
보고 싶었어요, 사랑해요

랜들과 제니를
볼 때마다 느껴요

랜들은 내 손을 많이 닮았죠
제니의 손은...

 

이제 많이 나은 것 같군요

 

그 약 끝내 줍디다

 

약 이름 좀 적어줘요

효과 죽이네요

잘 들을 줄 알았어요

 

뜨거운 목욕하고
푹 주무세요

 

아기처럼 곤히 잘 거예요

 

내일 아침엔 개운할 걸요

 

기분 어때요?

 

정말 좋아요

아무 생각 없어요

- 끝내주네요
- 내가 뭐랬어요?

 

같이 할까요?

 

살 것 같아

멋진 밤이었어요
감동 받았죠

 

요즘 스트레스를
엄청 받다 보니

 

우리 애가 결혼
한다는 사실조차

깜박 했지 뭐예요

 

조그맣던 아기가
결혼을 하다니

기적 같아요

 

내일만 지나면
우린 한가족이 되겠죠

난 이 집에 대해
숙고해봐야 겠어요

이제 여긴 당신
집이나 같아요

명절 땐 당신도
꼭 오셔야 해요

참, 우린 선물을
사지 않아요

직접 만들죠, 우린
재능이 많아요

그림이나 시

노래를 지어서
선물해요

휴가도 우리랑
함께 보내야 돼요

둘이 오붓하게 즐겨도 좋고

당신과 난 아이들을
내보내 놓고...

이렇게 함께 있네요
이혼녀와 홀아비

환상적인 짝이잖아요?

 

왜 그래요?

 

갑자기 졸려서요

벌써요? 한참 대화가
무르익는데

좀 지쳤나봐요
잘 자요, 로버타

 

♬ 바다 속 고기보다
더 멀리 ♬

♬ 하늘의 새보다 더 높이 ♬

♬ 천국의 별보다 더 오래 ♬

♬ 그대를 사랑하네 ♬

♬ 어떤 반석보다 단단하게 ♬

♬ 어떤 나무보다 진실하게 ♬

♬ 어떤 숲보다 더 깊이 ♬

♬ 그대를 사랑하네 ♬

 

기도합시다

 

랜들과 제니를
축복해 주시고...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사랑은 시기도
교만도 아니하네

사랑은 성내지 아니하며...

평생 당신을 사랑하겠소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매일

 

하루 24시간

천 4백 4십분
8만 6천 4백초

♬ 한 남자, 어머니 품을 떠나 ♬

♬ 한 여자, 정든 집 떠나... ♬

 

랜들 허첼 군은
제니 슈미트 양을

 

아내로 맞이하겠는가?

 

제니 슈미트 양은
랜들 허첼 군을

 

남편으로 맞이하겠는가?

 

 

이제 두 사람의 결혼을
선포하노라

 

그의 목소리가 떨리더군요

기억나, 랜디?
새벽에 전화해서

"데니스, 어젯밤
아가씰 만났는데"

"내가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다시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

 

더 얘기했다가는
맞을 것 같군요

 

어쨌든 2년 전
그 목소리가

오늘을 있게 했죠

 

두 사람은 정말
멋진 커플이야

두 달 전 도와준 거
평생 못 잊을 거야

 

두 사람 정말 사랑한다

 

랜들과 제니의
행복을 위하여!

 

두 사람 키스하고 싶나 본데요

 

어서 키스해
쪼옥하라구

어서, 부조금 많이 받았잖아

 

너무 찐한 걸, 애들도 있다구

이제 마이크를
넘겨볼까요

둘 만 있고 싶어?

이제 신부 아버님의
축사를 들어보죠

 

워렌 슈미트 씨

 

실은 어제 잠을 설쳐서...

 

좀 두서 없더라도 이해바랍니다

 

아무튼... 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서로 다른 두 삶이
교차하면서...

전과 다른 새 길로
접어드는 길목이죠

 

완전히 새로운 길로
그 길은...

 

아시다시피 최근에
전 상처를 했고

 

제니는 엄마를 잃었어요

 

헬렌은 나와 42년을
함께 하고는

갑자기 떠나버렸죠

 

그녀가 이 자리에
없는 게 아쉽군요

제니가 반려자를
찾은 걸 보면서

얼마나 기뻐했을지
눈에 선해요

 

제니가 청혼 받았던
날이 기억납니다

 

대체 어떤 놈일까
덜컥 겁부터 났죠

 

크리스마스 날 그와
첫대면을 했어요

랜들은 밖에 쌓인
눈을 치워주더니

 

그 삯으로 내 딸을
채갔지 뭡니까

 

이 자리를 빌어
꼭 말하고 싶군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뭐냐 하면...

 

고맙네... 랜들

제니가 힘들 때
곁에 있어줘서

또한 사돈 가족을
알게 돼 기쁩니다

로버타, 당신 집에서의
환대에 감사드려요

당신의 요리 솜씨...

래리의 유창한 언변

손드라의 뛰어난 손재주

당신의 공예품은
정말 예술이었소

던컨과는 많은
얘길 못했지만

 

생각이 무척 깊은
청년 같았소

 

다른 분들도
모두 훌륭해요

 

이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특별한 날을
맞이하게 되어...

 

저는 너무나...

 

기쁩니다

 

건배!

 

엔두구야

 

제니의 결혼식은
무사히 끝났단다

 

둘은 올랜도로
신혼여행을 갔단다

 

물론 내 돈으로 말이다

 

난 오마하로
돌아가는 중이다

도중에 딱 한 번
멈춰섰단다

키메이 근교 고속도로에서였어

서부 개척자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새 기념 아치에
감명을 받았거든

 

너도 보면 정말 놀랄 거다

우리의 역사와...

선조들의 업적을 돌아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저들의 발자취와
용기에 비하면...

내 이번 여행은
참 하잘 것 없다고

 

고난을 이긴 선조들에
비하면 말이다

 

거대한 우주의 섭리 속에서...

그나마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건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지

 

과연 난 어떤 변화를
일으켰을까?

 

세상이 나로 인해
나아진 건 뭘까?

 

난 제니의 실수를
막아보려고

덴버로 갔지만...
실패했단다

 

제니는 멍청이와
결혼하고 말았어

 

난 늙어빠진 낙오자야

 

이제 죽을 일만 남았지

 

곧 죽게 될 거야

당장 내일 죽는다 해도

 

이젠 상관없어

 

내가 죽으면
세상도 죽는 거야

 

흔적조차 안 남겠지

 

내 삶이 누군가를
변화시켰던가

 

전혀
내 인생은...

 

의미가 없었어

 

넌 부디 잘 살기 바란다

 

너의 진실한
워렌 슈미트

 

슈미트 씨...

 

전 성심수녀회 소속
나딘 수녀입니다

 

지금 탄자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아이들을 돌보는데

그 중엔 당신의
엔두구도 있답니다

 

정말 똑똑하고
사랑스런 아이죠

 

이 아인 고아예요

최근 눈병이 나서
치료를 받았답니다

 

멜론을 좋아하고
그림도 잘 그리죠

당신의 편지는
잘 받고 있어요

이 아인 온종일
당신 생각뿐이에요

 

당신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빌고 있죠

글을 몰라서
그림 편지를 보냅니다

 

당신을 위해
엔두구가 만들었어요

 

맘에 드셨으면
좋겠다는군요

 

나딘 고티에 수녀 드림

 

sub2smi by poohlee

재 싱 크 : 영 은 공
(http://cineas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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